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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테크/부동산

부의 상징이자 선망의 대상이 된 대한민국 아파트

by 호갱너너 2023. 7.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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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 호갱되지 않는 호갱너너입니다.

 

건축법상 아파트는 '주택으로 쓰는 층수가 5층 이상인 공동주택'을 의미합니다. 대한민국에서는 아파트 선호사상이 커서 주거형태 그 이상의 의미를 지닙니다.


산업화와 도시화가 시작된 1960~1970년대 급증하던 도시인구에 주거시설을 공급하기 위해 도입된 아파트는 2000년대 초반 들어 본격적인 고급화의 길로 들어섰습니다. 1997년 외환위기 이후 침체된 건설, 주택 경기를 살리기 위해 정부가 각종 부동산 규제를 풀었기 때문입니다. 2000년 분양가 상한제 폐지와 이어진 발코니 확장 합법화로 인해 국내 주택시장에는 '상품성'에 초점을 맞춘 브랜드 아파트가 탄생하기 시작했습니다. 이 시점부터 아파트는 '중산층 거주지의 상징'으로 자리매김했습니다.

래미안, 자이, 푸르지오, e편한세상, 아이파크, 롯데캐슬, 힐스테이트 등 현재 전국 주택시장을 장악하고 있는 브랜드는 이때부터 생겨났습니다. 국내 건설사들은 분양가 규제 폐지에 발맞춰 높은 공급가격을 매긴 아파트를 판매하기 위해 고급화 브랜드를 내놓고 광고에 유명 연예인을 출연시키기 시작했습니다. 발코니 확장 설계와 주민공동시설 또한 적극 선보였습니다. 발코니 확장으로 인해 같은 전용면적 기준 한 가구의 실사용 면적은 커졌고 지하주차장이 조성되면서 지상공간은 어린이놀이터뿐 아니라 조경, 커뮤니티 시설이 차지하게 됐습니다. 특히 저층 주택가에 부족한 놀이시설과 녹지, 보안은 신축 아파트의 차별점으로 부상했죠.

온 가족이 단칸방에 사는 가정이 많았던 시절에는 소형 면적에도 방이 따로 있는 주공아파트, 시영아파트가 획기적인 주거형태였지만 여유가 있는 가정은 1990년대까지도 여전히 단독주택을 선호하는 것이 일반적이었습니다 그러다 2000년대 규제완화를 거치며 강남 재건축 단지를 중심으로 아파트 상품들이 고급화됐고 편의성 또한 좋아 아파트 선호도가 급격히 높아지는 계기가 됐습니다.

2010년대 들어 대형 건설사들은 강남권을 중심으로 한 재건축, 재개발 등 핵심 정비시장 수주를 위해 기존에 자사가 보유한 주거 브랜드보다 한 차원 높은 하이앤드 브랜드를 탄생시켰습니다. DL이앤씨가 '아크로', 대우건설이 '푸르지오 써밋'을 선보인데 이어 현대건설이 '디에이치', 롯데건설이 '르엘'을 내놨습니다.


2016년 입주한 서초구 반포동 소재 '아크로 리버파크'가 평당 1억원 신화를 쓰며 아파트는 부의 상징으로 진화했습니다. 한강조망이 보이는 스카이라운지와 조식서비스 등도 화제가 됐죠. '도심 속 타운하우스' 형태로 설계된 용산구 '한남더힐'은 아예 분양가 규제를 피하기 위해 임대 후 분양 방식으로 공급했습니다. 실제 임대 후 분양 전환된 한남더힐은 지난해뿐 아니라 부동산 경기가 침체된 올해에도 100억 원 대 거래가 나와 부유층 대상 하이앤드 아파트로 평가되고 있습니다. 더불어 유명 연예인은 물론 구광모 LG그룹 회장과 정기선 HD현대 사장 또한 주민으로 알려져 이 같은 평가를 뒷받침하고 있습니다.

국토교통부가 매년 발표하는 '주거실태조사'자료에 따르면 등락을 거듭하던 소득분위 9~10분위에 속하는 고소득층의 아파트 거주 비율은 2014년 76.2%를 기록한 뒤 2021년까지 70% 중반대를 유지하고 있습니다. 소득 1~4 분위 저소득층의 아파트 거주 비율은 고소득층 절반 수준인 30%대를 기록하고 있습니다.
각 가구 당 주거면적으로 보면 아파트 거주 여부에 따른 주거 양극화 현상을 더욱 명확히 확인할 수 있습니다. '주거실태조사를 통해 본 최근 10년간 주거양극화추이'보고서에 따르면 비교적 넓은 집에 사는 주거면적 상위 20%가구 중 아파트에 사는 비중은 2008년 53.6%에서 10년이 지난 2018년 63.2%로 높아졌습니다. 반면 주거면적 하위 20%의 아파트 거주 비율은 2008년 22.9%에서 2018년 15.5%로 낮아졌습니다. 아파트 주민은 좁은데 모여 사는 것이라는 통념을 깬 결과입니다.


7월 말 입주를 앞둔 인천 서구 '검암역 로열파크씨티 푸르지오'는 2020년 6월 '리조트 도시'를 컨셉으로 4805 가구가 공급됐을 당시만 해도 과연 리조트 도시 조성이 가능할지에 대해 반신반의하는 반응이 많았습니다. 그러나 입주자 사전점검 이후 실제 완공된 단지 모습이 부동산 커뮤니티를 통해 알려지면서 검암역 로열파크씨티 푸르지오는 입소문을 타기 시작했습니다. 보통 매도 물량이 쏟아지는 입주장 시기에도 불구하고 웃돈이 붙고 있습니다. 

최근 입주 또는 분양을 앞두고 새 트랜드를 주도하는 아파트 단지들이 높아진 주택 소비자의 눈높이를 맞추기 위해 호텔 또는 리조트 시설 및 서비스를 적극 도입하고 있습니다. 1인당 GDP가 3만 달러를 돌파한 시대에 '호캉스'등 쾌적하고 편리한 고급 숙박 시스템에 대한 경험이 일반화되고 있기 때문입니다.

일반적으로 주택업계에선 1960~1980년대 지어진 아파트를 1세대, 1990년대 아파트를 2세대로 치며 2000년대 지하주차장 등장과 함께 조경이 갖춰진 아파트를 3세대로 칩니다. 최근 몇 년간 입주를 진행한 고급 브랜드 아파트는 4세대에 속합니다.

4세대 아파트는 지하주차장과 각 세대가 엘리베이터로 바로 연결되며, 지상주차장이 있던 공간은 고품격 조경과 조식서비스, 카페테리아, 피트니스 등을 제공하는 커뮤니티 시설이 차지하고 있습니다. 반포 아크로리버파크, 성수동 트리마제 같은 단지가 고급아파트의 기준을 세운 최신형 4세대의 상징 같은 곳입니다.


검암역 로열파크씨티 푸르지오는 5세대를 지향하며 기획하며 국내 대표 리조트 아난티에서 착안한 디자인의 실내 수영장과 에버랜드를 탄생시킨 삼성물산 리조트부문의 손을 거친 어린이 물놀이장이 조성돼 있습니다. 주민전용 실내수영장은 반포 래미안퍼스티지 등 3.5세대 아파트부터 나타나기 시작했으나, 검암역 로열파크씨티 푸르지오 내 실내수영장은 아난티 수영장을 연상시키는 고급 샹들리에와 어린이 입주민을 위한 유수풀 등을 갖추고 있습니다.

어린이 물놀이장 역시 기존 신축아파트 내 테마 놀이터보다 한 차원 진화한 형태를 보입니다. 2단지 내 '사파리월드'를 보면 캐리비안 베이를 연상시키는 모습을 확인할 수 있습니다. 커뮤니티 건물에선 아침, 점심, 저녁식사가 모두 나오는 '3식 서비스'를 제공합니다.


지난 3월부터 입주를 진행한 서울 강남구 개포동 '개포자이 프레지던스'에는 '루프탑 인피니티풀'이 있습니다. 

인피니티풀은 주변 경치와 끊이지 않고 연결된 느낌을 주는 야외 수영장을 뜻하며 싱가포르 랜드마크이자 고급 호텔인 '마리나베이 샌즈'의 인피니티풀이 국내에 널리 알려져 있습니다. 마리나베이 샌즈 인피니티풀에서 환상적인 싱가포르 도심 조망이 가능하다면, 개포자이 프레지던스 내 인피니티풀에서는 개포동 '숲세권'의 상징인 대모산 조망이 가능합니다.

개포동에선 개포주공 저층 아파트의 재건축 사업이 궤도에 오르며 각 조합과 1군 건설사들이 경쟁적으로 상품 고급화 및 차별화를 위한 노력을 이어갔는데요. 스카리라운지와 조식서비스 등이 대표적입니다. 개포주공 4단지 재건축인 개포자이 프레지던스는 주변 단지와 차별화를 위해 인피니티풀을 조성한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서초구 반포동에선 재건축 최대어로 꼽히는 반포주공1단지 1·2·4주구가 이주를 마친 상태로 이르면 2024년 공급을 앞두고 있습니다. 현대건설 하이앤드 브랜드인 '디에이치'가 적용되는 해당 단지는 시공권 입찰 당시 제안서에 따르면 재건축 뒤 실내 아이스링크, 오페라하우스 뿐만 아니라 5성급 호텔을 연상케하는 컨시어지 센터, 리셉션 등이 갖춰질 것으로 기대됩니다.

최근 설계공모에 나선 압구정 특별계획구역 역시 재건축 후 그 동안의 신규 단지와 차원이 다른 아파트를 선보일 것으로 기대됩니다. 특히 서울시에선 한강과 접한 압구정 특별계획구역 2·3·4·5 재건축 단지의 입지를 활용해 디자인과 공공성, 생활편의를 모두 잡는 가이드라인을 내놨습니다. 이중 개방형 커뮤니티 시설 일부를 수상 레저기능을 갖춘 스포츠 콤플렉스로 조성하는 방안도 있습니다.


6월 24일 압구정 특별계획구역2 재건축 조합 정기총회에선 베르사유 궁전을 모티브로 해당 조합 설계공모에 참가한 디에이건축이 설계사로 선정되기도 했습니다. '압구정 아페제'라는 이름의 이 설계안은 6개 아파트 동과 기단 역할을 하는 포디움이 정원을 둘러싸고 있는 구조를 자랑합니다. 설계에 따르면 동마다 각각 세련된 컨셉의 스카이라운지가 들어설 뿐 아니라 5성급 이상 호텔에서 이용 가능한 드롭오프(승하차 공간)와 컨시어지, 세계최초로 프라이빗 갤러리가 조성될 전망입니다. 디에이 건축은 세계적인 건축과 도미니크 페로와 협업을 통해 이 같은 설계안을 내놨으며 해당 구역이 설계용역비만 144억원에 따릅니다.


그러나 일각에선 시설 운영을 위한 유지관리 비용 때문에 이 같은 시설 일부가 착공 전 제외되거나 입주 후 사용되지 않을 가능성이 제기되기도 합니다. 공동주택관리 정보시스템에 따르면 이미 강남권 신축 고급 아파트 월 관리비는 개별사용료 포함 전용면적 1㎡당 5000~6000원 수준입니다. 냉난방비 등이 높아지는 여름이나 겨울철엔 관리비가 이보다 오릅니다. 우후죽순 조성되고 있는 야외 수영장이나 연못, 분수 등 수변시설은 겨울철에 활용도가 떨어지는 문제도 발생합니다.

주상복합 관리비나 호텔 이용료에 비하면 저렴한 편이지만 비싼 것은 사실이며 강남 고급 아파트의 경우 세금문제와 높은 관리비 등으로 인해 일반적인 가구는 거주하기 어렵습니다. 다만 규모가 큰 대단지의 경우 '십시일반'으로 운영비용이 나눠져 퀄리티 대비 관리비가 합리적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시간이 흐를수록 대한민국 아파트의 양극화 현상은 깊어지고 있습니다. 인기 있는 지역의 고급화 아파트는 계속 상승하고, 낙후된 지역의 아파트들은 소비자에게 외면받고 있습니다. 입지와 규모, 브랜드까지 꼼꼼하게 따져보는 소비자들의 눈높이에 맞게 점점 고급화되는 대한민국의 아파트의 미래는 과연 어떻게 변모해갈지 더욱 궁금해집니다.



[출처 : 이코노미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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